버지니아 주상원 얘기를 좀더 하면 교육 전체회의 표결이 한일 언론전이 본격 전개되는 시점이었다면 한인사회의 응원전이 불이 붙기 시작한 때는 본회의 표결 때부터였다고 볼 수 있다. 상원 교육 전체회의 표결 때 예상치 않은 이탈표가 생기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된 피터 김 회장은 뭔가 다른 압박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표결장에 가 보니 전부 백인 방청객만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도 있었다. 한인사회가 주도하는 법안이 처리되고 있는데 한인들이 전혀 관심을 안보인다는 인상을 의원들에게 준다면 득이 될게 없었다.
방청객으로 참여할 한인들을 동원해야겠다고 맘먹고 여기저기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통합노인회의 우태창 회장이 김 회장의 생각에 동의하고 적극 협력하고 나섰다. 마침 강도호 총영사도 전화를 해 “일본은 로비스트까지 고용해 법안 저지 노력을 한다는데 한인들도 힘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묻는 것이었다. 이렇듯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이 한인사회에 팽배해지자 한인들을 표결장에 대거 동원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버스를 대절하기로 했다.
첫 상원 본회의 표결장에 동원된 한인들은 150여명. 워싱턴에서 70여명이 내려갔고 리치몬드, 뉴폿 뉴스, 페닌슐라, 타이드 워터 등 버지니아 남쪽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80여명이 몰렸다.
다수의 한인들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주상원 본회의 표결 현장은 피터 김 회장의 말에 의하면 ‘매우 긴장’된 분위기였다. 법안 주 상정자인 데이브 마스덴 의원(민주)이 부드럽게 법안을 소개한 뒤 리차드 블랙 의원(공화)이 자신이 월남에서 한국군과 함께 싸웠던 경험을 얘기하며 두 나라가 혈맹 관계임을 강조하는 연설이 이어졌다. 도날드 매키친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정안을 제의하면서 “이런 법이 통과되면 유사 법안이 봇물처럼 제출될 것”이라며 로비스트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옮겼다.
하지만 재닛 하월 의원(민주)이 “코리안 커뮤니티가 지난 2년간 심혈을 기울여 동해병기법안 통과를 시키려 한 반면 매키친 의원의 수정안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졸속 법안”이라고 비난한 뒤 “다른 법안을 죽이려 하지 말고 당신 자신의 법안을 가지고 나오라”고 따졌다. 뜻밖의 구원군이었다. <계속>
<이병한 기자>
교육위원회 소속인 하월 의원은 당리당략을 떠나 법안을 교육적 차원에서 조사하고 판단한 듯 했다. 맥컬리프 주지사와 일본 로비스트들의 말을 안 따르는 의원들도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것이었다.
표결에서 반대를 던진 4표에는 공화당의 스미스 의원이 빠졌고 대신 매키친 의원이 들어갔다. 이렇게 됨으로써 동해병기법안을 둘러싼 당대당 대결 구도 분위기도 어느 정도 형성돼가고 있었다. 그러한 묘한 경쟁 심리를 이용해 막판에 상원에서 하원 동해병기법안을 죽임으로써 상원 법안이 하원 법안도 죽도록 만드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 때도 팀 휴고 등 몇몇 의원들의 기지와 희생으로 법안은 주지사 사무실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 방법은 피터 김 회장은 물론 휴고 의원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술수였던 터라 한인들은 다시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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